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6·3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시점은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직후였습니다. 이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폭발한 상황에서 등장한 셈인데요. 12·3 비상계엄의 책임자이자 가담자인 한 권한대행이 제2 내란의 길을 열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파면 27일만…"해야 할 일 하겠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대국민 담화에서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며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주용 7개국(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면서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놓인 길이 두 가지라고 했는데, 하나는 대행직을 끝까지 수행하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대행은 자신이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의 사퇴와 출마 공식화는 시점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습니다. 공직자가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오는 4일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사퇴 시한을 최대한 버티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 날로 사퇴 시점을 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파면 27일 만이기도 합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대법원이 이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파기환송 한 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한 권한대행은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출마를 공식화한 셈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까지 선거에 활용…"윤석열 아바타 자임"
퇴임한 한 전 권한대행은 사임 당일이 아닌 다음 날인 2일을 출마 선언 날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 인용 결정 이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외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노골적인 답했고, 사실상 대선 출마용 외교·안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의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대내외적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성과 내기용 속도전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마무리하고, 선거 캠페인에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협상의 책임자인 한 전 대행이 관세 협상을 대선용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번 대선의 관리자 격인 한 전 권한대행이 직접 출마하면서 관권 선거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요. 일각에서는 한 전 대행의 출마가 사실상 제2의 내란 시도라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박경미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민 혈세로 전국을 돌며 사전선거운동을 벌이고 측근들을 미리 사직시켜 선거 캠프를 꾸리는 등 관권선거를 자행해 왔다"며 "윤석열의 공동정범으로, 지난 3년의 실정과 12·3 내란에 대해 일말의 책임조차 느끼지 않는 뻔뻔한 한 권한대행의 출마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전 권한대행은 윤석열정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이자 국정난맥의 2번째 책임자입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고, 이후에는 내란세력에 동조하는 내란 대행을 자임했다는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임명하며 윤석열 아바타를 자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