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차철우 기자]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자행한 한밤 쿠데타가 당원들에 의해 저지됐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행한 후보 교체 안건이 당원 투표에서 부결됐기 때문인데요. 결국 당심을 업고 김문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된 것입니다. 이 모습은 마치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권에서 일으킨 친위 쿠데타와 흡사한데요. 당시에 비상계엄을 막은 것이 시민이라면, 이번 국민의힘 사태는 정당 역사에서 유례없이 벌어진 강제 후보 교체 시도에 당원들이 맞선 것입니다. 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에 이어 내홍까지 정치적 자해가 이어지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내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례없는 강제 단일화…김문수 힘 실은 당심
국민의힘 당원들이 김문수 후보 복귀를 택하면서 김 후보는 11일 기호 2번 대선 후보로 등록을 마쳤습니다. 당원들의 이런 선택은 정당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 시도에 대한 반발로 풀이됩니다. 당원 상당수가 후보 단일화를 지지했던 것과 별개로 전당대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가 한밤중에 친윤 지도부에 의해 끌어내려져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선 한 전 총리가 김 후보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는데요. 특히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에서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86.7%가 동의하며 단일화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강행으로 당내 여론이 뒤집혔습니다. 아울러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더는 신임하지 못하겠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도 보입니다.
일부 의원들도 지도부의 모습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반발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왔던 이들이 강한 질책을 보냈는데요. 안철수 의원은 "지도부는 후보 교체 쿠데타 막장극을 즉각 멈추길 바란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비정상적 교체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하면 절대 안 된다"고 질타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에게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지금 친윤들은 보수를 망치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있다"며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이렇게 무대뽀로 막 나가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이분들 때문에 보수정당이 위헌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찬탄파(탄핵 찬성파)는 김 후보를 향해 윤석열씨의 출당과 계엄·탄핵에 대한 분명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전 대표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들께 사죄하고, 윤석열 부부와 단호히 절연하지 않으면 옹호만 해 주다 선거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조경태 의원도 윤씨에 대한 보도를 언급하며 "빨리 출당시키든지 정리해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쿠데타 진압한 당원"…통합 강조에도 여진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의 쿠데타를 당원이 막아선 것인데요. 당내에서도 당원의 투표 결과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대선 후보 지위를 회복한 김 후보는 이날 비대위의 안건 부결 발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필귀정. 민주영생. 독재필망. 당풍쇄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요. 경선 주자로 뛴 안 의원과 한 의원도 위대한 당원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도 성명서를 내며 당원들을 치켜세웠는데요. 지난 10일 친한계 좌장인 조경태 의원을 필두로 고동진·김성원·김예지·김형동·배현진·서범수 의원(가나다순) 등은 "결국 당원들이 막아주셨다"며 "당원들의 반대로 비대위의 후보 교체 결정이 부결된 것은 우리 당의 상식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의미 있는 결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다만 의원들은 지도부를 향해 책임 있는 모습을 강조했는데요. 이들은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사퇴만으로는 그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경선에 함께한 안 의원과 한 전 대표 등도 합세하면서 강제 후보 교체를 시도했던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습입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때로는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며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했던 점을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과거 상처를 서로 보듬고 화합해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고, 원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부 의원들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행된 김 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의 차담에서는 통합에 대한 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도부 체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가 대선국면에서 원대 선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선거기간 모든 의원이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해 매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