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전문기자로 일한 지 16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한창 열심히 일할 땐 경험할 수 있는 한 뭐든 해보고 기사를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투자해보고 사고 그랬습니다.
딱 10년 전인 2013년 4월, 골드바를 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당시에도 금 시세가 급등했을 때인데, 금 투자 기사를 준비하다 보니 당시 은행들이 열심히 마케팅하던 골드바가 궁금하더군요. 은행 PB센터에서 판매했습니다. 평소 금융소비자로서는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영역 같은 PB센터였지만 고객으로 방문해 10g짜리 작은 골드바를 진짜로 샀습니다. 지금이야 비용 적게 드는 거래소 KRX금현물로 투자할 수도 있고 ETF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땐 은행에서 사는 경우와 종로 금은방 가서 사는 경우를 비교해 기사를 쓸 때입니다.
일단 금을 사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상당했습니다. 부가세 다 내고 수수료까지 얹어서 그걸 샀다는 게 지금으로선 믿기질 않습니다. 그만큼 호기심이 컸죠. 기자의 열정으로 봐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 국제 금 시세가 트로이온스당 1400달러쯤이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1100원 초반대였군요. 다행히 투자내역을 기록한 파일에서 구입 내역을 찾았습니다. 총 66만3324원이 들었네요.
오늘 오전 골드바를 구입했던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골드바를 팔 때 적용하는 매도가격을 확인해 봤습니다. 81만원입니다. 사는 가격은 100만원이 조금 넘네요. 여전히 중간에 많이 떼는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금 시세가 40% 정도 오른 것도 못마땅한데, 정작 골드바를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20% 정도에 그친다니 10년 묵힌 것치고는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그나마 최근에 올라서 이만큼이라도 수익이 난 거겠죠. (그때쯤 장외에서 매수한 주식이 1년쯤 지나 2배 수익이 났는데, 그로부터 6개월 후엔 또 2배가 올랐는데, 그거나 더 살 걸 그랬어요ㅜㅜ)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KRX금현물 가격이 8만5000원을 넘었거든요. KRX금현물은 1g 단위로 거래됩니다. 그리고 보유잔량이 1kg이 되면 실물로 출고도 가능해요. 2만2000원 수수료만 내면. 그러니까 이론상으론 10g을 갖는 데 수수료 조금 더 내고 85만원이 든다는 뜻이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들 너무하십니다’ 싶네요.
10년 지난 투자성적이 이렇게 초라한 것을 보고도 아직도 금에 혹하시나요? 기울기 가파른 차트를 보면 지금 당장 안 사면 큰일 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겠지만, 투자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금은 투자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갖고 있는 건가 봅니다. 이제 내다 팔아볼까 꺼냈다가 계산기 두드려보곤 그냥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누가 시세대로 85만원에 사실 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