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저는 성남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성남에서 쭉 살고 있습니다. 모란과 멀지 않은 곳에 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모란시장으로 가 온갖 잡동사니들을 구경하곤 했죠. 모란시장은 오일장으로 4일과 9일 열리는데, 장이 열리는 날이 되면 조금 떨어져 있는 저희 집까지도 먼지가 풍기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모란시장에서 본 한 마리 개가 기억납니다. 갈색 털에 검은 눈코입의 그 개는 어린 저를 압도했고, 저는 할머니한테 다른 길로 가자고 말했죠. 그 개는 보신탕용 개였고, 그 개를 시작으로 개고기를 파는 가게들과 개 철창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근처만 가면 뭔지 모를 악취가 가득해서 코를 막고 빨리 지나가길 바라기도 했었죠.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부터 모란시장에서 파는 개고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개를 먹어선 안된다는 사람들이 모란장이 열릴 때마다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죠. 장이 열리는 날 버스를 타고 모란시장 앞을 지날 때면 뿌연 먼지와 함께 개고기 식용 금지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개고기가 보양에 좋다고 말합니다. 할머니의 지인분은 "암 투병 중에도 개고기를 먹고 나서는 기운이 돌아와 기력이 보충돼 끊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어르신들은 여전히 개고기를 소고기보다도 더 좋은 보양음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이 더 많이 발길 하는 모란시장엔 여전히 개고기가 있죠. 아직도 복날 기력보충을 하려는 어르신들은 모란시장으로 집결합니다. 개고기를 먹어야 하니까요. 개고기를 먹으면 안된다, 혹은 먹어도 괜찮다는 의견 충돌은 계속되는 중입니다. 동물권단체에서는 개고기 판매를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가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으로 가공되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사람들은 개가 가축이 아니면 뭐냐는 주장입니다. 돼지, 소, 닭도 먹는데 개라고 못 먹을 것이 있냐는 것이죠. 두 의견 다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돼지와 소, 닭보다 귀한 존재로 여길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식용 개를 키우고, 도살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보면 차마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말이 나오진 않습니다. 동물복지 닭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키워 건강한 먹거리로 만드는 농장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식용개들은 여전히 구더기가 가득한 농장에서 쓰레기들을 먹으며 살을 찌우고 있으니까요. 불법 농장에서 키우는 식용 개들을 먹으면 정말 기력이 보충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동물복지 개'는 들어본 적이 없는만큼 좋은 환경에서 개들이 자연 본연의 환경에서 자란다면 그때는 동물권단체에서 식용금지를 외칠까요?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까요.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