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은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 가운데 역대 최다 득표 수를 기록했다. 1614만 7738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소위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를 외치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좀 민망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 득표 수를 갖고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가진 흠결을 모두 지우려 하는 동시에 손혜원 전 의원 같은 사람은 영상까지 만들어 서울시장 추대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이야기도 한다.
1600만 표가 넘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너무 당연한 숫자다. 이런 득표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당장 윤석열 당선인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대단하다고 평가하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나? 최근 10년 간 유권자 수 변화를 보자.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유권자 수는 4000만 명 정도였다. 그리고 2022년 선거에서는 4400만 명을 돌파했다. 유권자 수가 400만 명이 늘었고, 득표 수는 무조건 역대 최다를 기록하게 만들어진 상태다. 이게 왜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개인의 능력으로 포장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식이면 윤석열 당선인은 얼마나 대단한가? 1987년 이후 대한민국 최다 득표 수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후보의 엄청난 능력에 의한 위업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그래서 중요한 건 득표율이다. 최근 10년 간 실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와 투표율은 다음 표와 같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최근 10년 간 투표율은 높아졌다. 유권자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투표율까지 올라가면 득표 수는 무조건 역대 최다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득표 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아래 표는 양자 대결로 치러진 선거 결과다. 다자 대결을 제외한 양자 대결은 2002년 노무현과 이회창, 2012년 박근혜와 문재인, 2022년 이재명과 윤석열 이렇게 세 차례다. 나머지는 다자 대결이어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1987년 이후 역대 최다 득표율은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51.55%다.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득표 수는 1577만 3126표에 불과했다. 유권자 수가 이번 대선에 비해 400만 명 가까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유권자 수를 대입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 수는 1756만 3806표가 나온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 수도 1636만 1086표가 나온다. 그래서 득표 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순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48.91%로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48.02%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졌잘싸’ 운운하며 치켜세우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꼴찌다. 민주당 계열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한 노무현은 양자 대결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후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당 대표 추대설에, 서울시장 출마에,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선거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대장동 관련해서 검찰 수사부터 받고 볼 일이다.
참고로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이후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며 당내 비판이 이어졌고 문재인 당시 후보는 패배 책임으로 몇 개월을 죄인처럼 침묵으로 지내야 했고, 소위 친노라는 사람들은 패배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고 모든 당직에서 배제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2022년 대선은 과연 어떤 선거였을까? 이재명 후보가 불리한 싸움이었나?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지지층에서는 마치 이번 대선이 힘든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다. 여론 지표는 엎치락 뒤치락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불리한 싸움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더구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은 오롯이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흠결과 도덕성 문제, 범죄 의혹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과 불법 의전(과잉 의전이 아니다. 김혜경씨는 의전을 받을 수 없는 신분이다), 여기에 더 해 아들의 도박 등 추문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였다.
2022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 계열 역대 최다 득표 수’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경개혁파 중심의 ‘이재명 우상화’는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한 것일까? 벌써 6월 지방 선거 이야기를 하고, 8월 전당 대회를 논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정상일까? 엉터리 분석은 반드시 실패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하물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 원인 분석 자체를 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이재명을 추켜세우는 것 자체가 분석을 안하겠다는 의지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냥 단결만 외치고 있다. 지방선거는 6월 1일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8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