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송영길 전 대표(인천 계양구 을)의 서울시장 혹은 부산시장 출마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다. 서울시 의원 41명은 28일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앞서 장경태, 전용기 등 젊은 의원들도 경남 양산 통도사에 템플스테이를 간 송영길을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촉구했다. 또한 부산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은 부산시장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우상호 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를 바로 다음 선거에서 전략공천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송영길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지 여부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일관성을 지키는지 여부가 더 관심사다. 그리고 송영길 차출론의 이면에 도사린 꼼수가 더 관심사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마치 송영길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면서 삼고초려하는 냥 서울시장 출마를 부추기고 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이재명이 국회로 입성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송영길더러 지역구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함께 치러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낙연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배수진을 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이를 ‘귀책사유’로 간주해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다. 즉 이낙연의 의원직 사퇴가 잘못됐다는 평가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었다.
특히 2021년 4.7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과 오거돈 등 전임 시장들의 귀책사유에 의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는 이유로 지도부였던 이낙연 등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들은 이낙연을 비토하는 당원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5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만든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 규정을 개정해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당원들이었다.
이에 힘입어 해댱 규정에 대해 당원 투표에 들어갔고, 그 결과 2020년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간 전체 권리당원 80만 3959명을 대상으로 당헌 개정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21만 1804명(26.35%)이 참여해 86.64%가 당헌 개정에 찬성해 후보를 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2021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헌은 고정 불변일 수 없다. 제가 당시에 당헌을 만들었다 해서 신성시 될 수는 없다”며 "당헌은 당원들의 전체 의사로, 당원들이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기에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혀 당원투표 결과에 힘을 실었다.
그래 놓고 보궐선거에 패배하자 후보를 낸 것이 잘못이었다며 그 책임을 지도부였던 이낙연에게 몽땅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굉장히 무책임하고 타락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2021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은 당 지도부 뿐만 아니라 당 소속 정치인과 당원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걸 특정 정치인의 책임으로 몰아세우는 행위는 얼마나 파렴치한 일인가.
불과 1~2년도 안된 이런 역사를 상기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자.
1. 송영길이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 귀책사유에 해당하는가? 아닌가?
2. 이낙연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의원직 사퇴한 것과 송영길의 사퇴는 본질적으로 같은가? 다른가?
3. 송영길이 사퇴할 경우 인천 계양구 을에 후보를 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송영길을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이유는 이재명에게 방탄국회를 선물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이재명은 대장동 특혜 사건으로 인해 곧 검찰 수사가 예정된 인물이다. 이재명 본인 설명대로 대장동을 직접 설계했고, 화천대유가 엄청난 이익을 챙겨갈 수 있게 한 모든 문서에 최종 결재권자로 도장을 찍은 사람이다. 지금 송영길을 차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속마음에는 인천 계양구을에 이재명을 출마시켜 의원 뱃지를 선물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인천 계양구을(계산1,2,3,4동, 계양1,2,3동)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재명이 4만8071표를 얻어 4만694표를 얻은 윤석열을 7300표 넘게 압도적으로 이겼다. 더구나 이재명은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직접적으로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설마하니 송영길을 사지로 내몰아놓고 그 빈자리에 이재명이 출마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이재명이 대장동 수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중이고,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서 벌써부터 ‘이재명 지키기’를 내세우고 있으니 이재명이 국회에 들어가는 순간 방탄국회는 필연적이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개다.
- 1. 송영길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는지
- 2.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이 사퇴한 자리에 후보를 내는지
- 3. 송영길이 사퇴한 자라에 이재명이 출마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전부 명분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 * 이 글을 올린 후에 이재명 최측근인 정성호, 김남국 의원이 경북 영천에 있는 은해사를 방문해 송영길을 만나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경기 시흥시을)에 이재명 출마를 언급했다. 벌써부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남용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재명을 국회에 입성시키려는 꼼수가 남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