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이 모든 사달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이재명은 숨어 있다. 뒤에서 이중플레이로 양손에 떡을 쥐고 더불어민주당을 박살내고 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민주당을 뒤흔든 비대위원장 선임, 송영길 서울시장 차출, 검수완박 세 개의 이슈만 보자.
이재명, 김두관을 상대로 이중플레이를 하다
3월 9일 대선 패배 후 다음날부터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가 관심사였다. 당시 지도부는 송영길 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였다. 3월 10일 송영길 대표가 사퇴하자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당헌, 당규에 당 대표가 물러나면 원내대표가 맡게 되어 있다. 임시 체제였다.
3월 10일 이낙연과 정세균이 거론되는 기사가 일부 나왔다. 그 다음날인 3얼 11일 김두관 의원이 ‘이재명 비대위원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희한하게도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인 이재명의 책임을 추궁하는 발언도,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졌잘싸’ 프레임으로 이재명이 마치 엄청나게 선전했다는 식으로 포장됐다. 첫 단추가 완전히 잘못 꿰어진 순간이다.
이재명은 역대 대선 세 번의 양자 대결 가운데 민주당 계열 후보 중에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객관적 데이터도 무시하고 ‘졌잘싸’로 정신 승리하고 이재명을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제외시켰다.
김두관은 왜 이재명 비대위원장을 밀었을까? 두 사람 간에 대선 기간 동안 밀약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두관이 ‘이재명 비대위원장'을 주장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즉 ‘이재명 비대위원장설’의 배후가 바로 이재명이라는 이야기다. 김두관한테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국무총리라도 준다고 했을까?
그렇다면 임시 비대위원장이었던 윤호중이 정식 비대위원장이 된 배후는 누구였을까? 역시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김두관을 통해 자신의 비대위원장설을 유포하는 동시에 윤호중에게는 마치 자기는 아무 욕심이 없다는 듯이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식으로 이중플레이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호중 옆에는 자신의 꼭두각시인 박지현을 붙였다. 박지현은 전과 4범에 온갖 의혹으로 점철된, 민주당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최악’의 정치인을 ‘최선’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기본 지식이 부족한 20대에 불과한 인물이다.
결론, 김두관만 바보 됐다. 이재명이 김두관을 갖고 논 것이다.
이후에 벌어진 박홍근과 박광온 간의 ‘이재명 vs 반이재명’ 대결도 이재명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박홍근 93표, 박광온 73표로 20표 차이로 결판났다고 한다. 박홍근은 원래 박원순과 가까운 인물이었다. 박원순이 사망한 이후 세력이 약했던 이재명이 박원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지금 민주당을 쥐락펴락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재명이다. 장막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
송영길을 갖고 노는 이재명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난 송영길이 서울시장 출마에 나섰다. 송영길이 자청한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3월 29일 이재명의 사람들인 정성호와 김남국이 경북 영천 산사에 있던 송영길을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면서부터다. 자치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60일전에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출마를 하게 되면 주소를 옮겨야 한다.
당시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정성호와 김남국이 직접 경북 영천까지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할 정도면 배후가 누구겠는가? 당연히 이재명이다. 4월 1일 송영길은 주소지를 서울 송파구로 옮긴다.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때부터 열흘 정도 비판이 속출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난 송영길이 서울시장에 나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비판 대열에는 이재명이 비대위원장으로 앉힌 박지현도 있디.
박지현은 4월 8일 비대위에서 “부동산 문제로 실망시킨 분들이 예비 후보자로 등록하고,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난 전 당 대표도 마찬가지로 후보자 등록을 했다. 우리 민주당이 과연 (대선에서) 진 당이 맞는지, 반성하고 책임질 자세는 돼 있는지, 서로서로 잘 안다고 잘못된 선택도 눈 감아주는 온정주의가 민주당을 다시 패배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자 송영길은 4월 10일 “누가 보더라도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거에서 당을 위해 다시 한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나서는 것이다. 아무도 안 나가려고 하는 선거에 제가 현역 국회의원 임기를 포기하고, 국회의장이 될 기회도 포기하고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자기 희생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내외에서는 비판적인 흐름이 이어졌고, 마침내 4월 13일 서울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 그리고 박지현은 이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전략선거구’가 ‘전략공천’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보통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전략공천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전략선거구’로 지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출마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선을 치러 후보를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전략선거구가 된다는 의미는 전략공천으로 이해가 됐고, 이는 곧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과 박주민, 김진애, 정봉주가 후보에서 제외된다는 걸 의미했다.
송영길 입장이 애매해졌다. 정성호와 김남국이 경북 영천 산사에까지 찾아와 출마를 부탁해서 출마를 선언했더니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고? 공천에서 배제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누군가가 전략공천 된다고?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박지현까지 송영길을 비토하고, 전략선거구 지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송영길과 이재명 연합전선에 이상이 생긴 걸로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흐름 속에서 4월 18일 비대위 위임을 받은 공천위에서 송영길과 박주민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4월 8일 박지현이 비대위에서 지적했던 내용이 반영됐다. 그런데 이 결정에 대해 이재명 지지 세력인 소위 ‘개딸’들이 반발하고, 당내외 개혁 탈레반들이 적극 반발했다. 심지어 송영길과 박주민을 저격하며 출마를 비판하고, 나아가 전략선거구 지정을 환영했던 박지현이 ‘경선’을 주장한 이해불가의 상황이 연출됐다.
-비대위(공동위원장 박지현)의 위임을 받은 공천위에서
-“대선 패배 책임있는 송영길과 박주민이 출마하는 건 문제있다”는 박지현의 주장을 수용해서
-송영길과 박주민을 공천에서 배제했는데
-그런 박지현이 갑자기 경선을 주장한다고?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이 생기면 이재명을 키워드로 놓고 보면 해석이 된다. 이재명은 송영길을 서울시장으로 내세워 연합 전선을 구축해 8월 전당대회까지 달릴 생각이다. 그런데 송영길에 대해 여론이 안좋다. 이재명은 철저한 포퓰리스트다. 여론이 좋지 않으면 후퇴한다. 그러면 송영길을 버려야 한다. 버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당내외 개혁탈레반들이 반발하고, 공천위 결정이 번복되면서 이재명은 손 안대고 코 풀었다.(글을 올린 후에 이재명이 박지현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수정한 후에 민주당에서 이를 부인하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돌렸다. 즉 이재명이 박지현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영길의 출마 선언과 공천 배제, 번복 과정에서 이재명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보면 엉뚱한 그림이 그려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재명과 송영길 연합 전선 균열’이 있고, 또 하나는 ‘윤호중의 반란’이 있다. 이재명을 빼놓고 해석하니까 이런 엉터리 구도가 나오는 것이다. 손혜원 같은 부류가 윤호중을 저격하는 이유도 윤호중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윤호중이 반이재명 전선에 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개딸들의 정세 판단이기도 하다. 윤호중은 이제 개딸들이 척격해야 할 ‘수박’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비판하는 박지현이 유일하게 비판하지 않은 딱 한 사람이 이재명이다. 이재명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박지현을 해석하면 안되는 이유다. 사실 윤호중은 송영길과 박주민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에 책임이 없다. 그냥 비대위원장이라서 수박으로 몰려 개딸들의 표적이 된, 매우 억울한 처지다.
정리하자면, 이재명은 송영길을 바득판 돌로 활용하고 있다. 송영길 뿐만 아니라 박주민, 정봉주, 김진애 모두 친이재명이어서 언제든지 사석으로 버려도 아쉽지 않다. 물론 송영길이 갖고 있는 조직을 그대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쉽게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이재명이 직접 버리는 모양은 아니라서 문제없다. 차도살인이다. 욕은 어차피 민주당이 먹는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여론에 따라 언제든 버려도 되고, 오히려 위로해주는 포지션을 취할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다. 어떻든 이재명이 사석으로 버리려는 찰라에 개딸들이 당내 여론을 바꾸어 송영길을 살린 셈이다.
검수완박 강행론과 신중론, 양다리 걸친 이재명
이재명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도 듣는 사람이 다르면 상반되는 주장도 거침없이 한다. 극단의 포퓰리즘은 듣는 사람 맞춤형으로 말을 한다. 친미파 앞에 가서는 미국을 추앙하고, 반미한테 가서는 미국 욕하고, 기업주들 앞에 가서는 시장만능주의자가 되었다가, 노동자 앞에 가서는 재벌해체와 강도 높은 규제를 외친다. 이런 이중적 언어를 ‘실용주의' 포장지를 씌워 마치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를 하는 듯이 위장한다.
민주당을 삼키고 있는 검수완박도 마찬가지다. 지금 검수완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세력의 중심에는 ‘처럼회’가 있고, ‘처럼회’는 대표적인 친이재명계다.
이 사진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처럼회 멤버들이다. 검수완박을 밀어부치는 중심에 있는 황운하,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박주민, 이재정, 김승원이 모두 들어있다. 장외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세력 역시 하나같이 이재명 지지자들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검수완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까? 아마도 대장동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검수완박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이 없어진다고 이재명에 대한 수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수사가 증발한다’는 황운하 표현대로면 이재명에 대한 수사도 증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지휘를 받는 경찰이 수사를 안할리가 없잖은가. 그런 측면에서 검수완박은 사실 이재명의 이해관계와 무관할 수도 있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8월 전당대회가 중요하고,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여론이 중요하다. 김두관을 상대로 이중플레이를 하고, 송영길을 바둑판 돌처럼 갖고 노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수완박에 대해서도 이재명은 두 가지 포지션을 모두 취하고 있다.
처럼회와 개딸, 당 바깥의 김용민, 손혜원 등 목소리 큰 사람들과 개혁 탈레반들이 이재명의 개혁성을 포장해주고 있다면, 정성호, 조응천, 김병욱 등은 검수완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이재명의 극렬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 글을 올린 이후 김병욱이 검수완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성남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재명이 배후에 있다고 보면 왜 이런 발언과 결정이 나왔는지 금방 해석이 된다.)
이재명 한 사람 때문에 민주당 역사가 무너지고 있다
비례대표를 민주노동당과 정의당 찍어주는 것 외에 민주당을 찍어왔고, 민주당을 사랑했던 사람 입장에서 지금처럼 당이 처참하게 무너져가는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2007년, 2012년, 2015년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경기장에 난입하는 훌리건 같은 탈레반 세력에게 휘둘리지는 않았다. 정치인들의 지리멸렬은 있어도 기반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치인 물갈이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의 민주당은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철학 없는 정당, 김대중과 노무현이 견지했던 정치적 가치가 모두 사라진 정당, 머리 숫자 앞세워 민주노동당 쳐들어가서 당을 장악했던 주사파들처럼, 그 주사파들에게 질려서 분당을 결행했던 진보신당이나 정의당처럼, 민주당도 어쩌면 그런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일생을 걸고 대한민국 정치 문화로 심고자 했던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한 포용과 관용, 다수파에 대한 존중과 소수파에 대한 배려를 통한 공존, 이견을 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 서로의 양보를 통한 점진적 개혁, 이런 가치들이 몽땅 증발하고 있다. 심사숙고 하는 정치인이 ‘엄중낙엽’으로 조롱받고, 정적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상호존중의 태도를 보이면 ‘수박’으로 혐오하는 지금의 민주당이 정상적인 정당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프랑스 혁명은 로베스 피에르의 자코뱅당이 소수파들을 모두 숙청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소비에트 혁명도 강경파인 스탈린이 장악하면서 지상낙원이 아니라 지옥이 펼쳐졌다. 모택동도, 김일성도 그랬다. 이 세상 모든 혁명은 강경파들이 모두 말아먹었고, 2017년 위대한 대한민국의 촛불혁명도 민주당 개혁탈레반들이, 온갖 가짜뉴스와 거짓말로 뒤범벅된 팟캐스트와 유튜버 따위로 정치를 배운 훌리건들이 잘 말아 먹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