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지명된 인사들에 대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의 검증은 마땅히 해야 할 국회의원의 책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로 밀어올렸던 이재명 상임고문(이하 존칭 생략)에 대해 가상 인사 청문회를 해볼까 한다. 대통령 후보 정도면 정부 부처 장관보다는 능력이나 도덕성에서 더 나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장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장관보다 못하면 이상하지 않나? 아닌 말로 자격 미달인 사람이 누군가를 장관으로 지명하면 좀 어처구니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에 앞서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해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이재명에 대한 가상 청문회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내가 청문위원이 되어 이재명을 상대로 질문을 하는 형식이다. 답변은 당연히 없고, 질문만 나열한다.)
이낙연과 정세균을 제외하고 한덕수의 적합도가 가장 높아
먼저 박근혜 정부 이후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여론을 한번 보자.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2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이후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은 후보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로 최초 지명 당시 60%를 기록했고, 이후 검증 기간 동안 61%로 선호도가 더 올라갔다. 부정적인 응답자는 최초 5%에서 14%로 올라갔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크게 불만이 없는 총리 후보자였다. 다음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42%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낙마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지지율이 9%에 불과했고 부적합 의견은 64%에 달해 당시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비토할 정도였다. 낙마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안대희는 고액 수임료가 문제되자 곧바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조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는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홍원이 23%, 이완구 29%, 황교안 31%, 김부겸 34% 순으로 낮았다. 이들 중 이완구는 부적합 의견이 41%까지 치솟으면서 낙마했고, 나머지는 모두 낮은 여론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38%를 기록해 낙마한 문창극과 이완구는 물론이고, 국무총리로 임명된 정홍원, 황교안, 김부겸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 부적합하다는 의견에서도 22%를 기록해 황교안 30%, 김부겸 26%, 정세균 25%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논란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자, 조국보다는 높은 여론 지지 받아
가장 뜨거운 후보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자다.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장관 적합도 조사에서 적합 38%, 부적합 35%로 팽팽하다. 의견유보는 27%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조국 전 장관보다는 높다. 조국은 2019년 8월 9일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어 8월 27일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국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9월 셋째주에 들어서는 적합도가 36%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54%에 달해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였다. 그럼에도 조국은 장관으로 취임했다.
참고로 조국의 장관 적합도가 8월 마지막주 27%에서 9월 셋째주 38%로 상승하던 그 기간에 실시된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에서 조국이 일약 여권 내 2등 주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재명이 조국 촛불집회 당시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은 것도 여론을 생각하면 조국을 비판해야 하지만, 민주당 내 지지층을 생각하면 조국을 비판해서는 당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작용했다. 그러다가 2021년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당 내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자는 의견이 나오며 조국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우세해지자 이후부터 거침없이 조국 비판 행렬에 뛰어들기도 했다.
어떻든 조국은 낮은 장관 적합도와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음에도 청문회를 거치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고 법무부장관에 취임했다.
민주당이 한동훈의 청문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분위기는 조국이 반면교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청문회가 한동훈을 차기 대선 주자로 키워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그야말로 낙마시킬 정도의 파급력있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동훈의 언변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다. 민주당이 한동훈 청문회를 비공개로 할려는 이유도 한동훈의 언변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고, 논리적으로 격파당할 경우 한동훈이 거물급 정치인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청문회 전선 자체가 무력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