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훨씬 낫다
제가 몸담고 있는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조사하고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요. 윤석열 지지율이 곧 30%가 붕괴될 상황이고, 문재인 정부와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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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7.8% vs 윤석열 정부 32.8%’면 그 차이가 25%p나 됩니다. 이건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한테 표를 준 유권자(48.56%)들 중 거의 16%가 윤석열한테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 9%(문재인 정부 긍정 평가 57.8%-윤석열 득표율 48.56%)는 문재인 정부가 더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함정은,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민주당 지지율은 이재명 득표율을 복원한 정도입니다.)
이 결과가 암시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계속 문재인 정부랑 비교를 하면 할수록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계속해서 자기들이 낫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론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거죠.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낫다’는 게 민심입니다. 이 결과를 보고도 계속 문재인 정부 탓을 할건지 지켜보시죠.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너무 튀는 결과 아닌가?
그동안 저희 미디어토마토 조사 결과 중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연한 의문이고, 저희 내부적으로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습니다. 우선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볼까요?

저희 미디어토마토 조사로 민주당 지지율이 국힘당을 앞선 게 6월 마지막주입니다. 이 당시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모든 조사에서 국힘당이 앞서고 있었고, 그 격차도 큰 편이었는데 뒤집어진 결과가 나왔으니 ‘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죠.
어느 정도였냐면 조사결과를 등록하기 위해 선관위 여심위에 자료를 보내자 저희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어와서 조사 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질의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표본수집, 피조사자 숫자, 응답비율, 가중치 적용 등 모든 면에서 오히려 '아주 잘 된 여론조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지율에서 역전했다고? 어떡하겠습니까. 적합한 여론조사 결과 그렇게 나왔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 다른 여론조사회사 결과도 저희와 비슷하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조사 결과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튀는 결과가 나오면 신뢰에 흠집이 생길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윤석열과 국힘 지지율이 수렴하고 있다
위 추세를 보시면 알겠지만 윤석열 지지율과 연동해서 정당 지지율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먼저 떨어지고 국힘 지지율이 뒤따라가면서 그래도 국힘 지지율이 윤석열 지지율보다 높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거의 붙었습니다.


윤석열 30.4%, 국힘 32.4%니까 불과 2%p차이입니다. 완전한 수렴을 향해서 가고 있는거죠. 다음주 조사에서는 이 차이가 더 좁혀져서 거의 수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결과는 윤석열도 잘못하고 있지만, 거기에 못지 않게 국힘당도 삽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잘하고 있으면 이렇게 숫자가 붙지는 않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보다 최소 5%p에서 최대 10%p 높게 나왔습니다. 대통령은 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못한다고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윤석열도 못하지만, 국힘당도 못지 않게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죠.
최후의 보루 60대 이상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질러
국힘당 지지기반인 TK도 부정적 평가가 계속돼
세부 지표를 보면 더 심각합니다. 국힘당 지지 기반인 60대 이상에서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습니다. 대구경북에서도 못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세대로 보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국힘당의 견고한 지지 기반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뒤집어졌습니다. 지난주에는 긍정 47.9%, 부정 47.8%로 위태롭게 긍정이 0.1%p 앞섰는데 이번주 조사에서 긍정 41.8%, 부정 55.5%로 확 벌어졌습니다. 윤석열과 국힘당의 견고한 지지층에서조차 참다 참다 더 이상 좋게 못봐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폭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긍정 평가는 47.4%, 부정 평가는 49.1%입니다. 지난주에 이미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질렀는데 여전히 그 추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민심과 당심이 따로 가는 건 국힘당도 마찬가지
지금 민주당애서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갖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국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시민의 56.4%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41.7%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부정 평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힘당 지지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17.5%에 불과합니다. 당심과 민심의 차이가 확인되고 있는거죠.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양당제 때문입니다. 잘하는 경쟁이 아니라 못하는 경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구조가 돼다보니 당심은 강경 노선이 주도권을 쥐게 되고, 이 현상은 양쪽 모두 동일한 겁니다. 맨날 민주당 강경 지지세력인 개딸이 어쩌고 문파가 저쩌고 하는데 이건 정치학 기본 지식도 없는 무식한 분석틀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들이 결코 다수가 아닌데도 여기에 휘둘리거나, 이 세력을 이용해먹는 정치인들이 문제인 겁니다. 민주당에는 처럼회와 정청래 같은 부류가 대표적이죠.
한국의 양당제 폐해는 미국의 양당제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정치학 이론과는 정반대의 현상이기도 합니다. 근대 정치학의 초석을 놓은 막스 베버(히틀러 등장 직전에 죽었는데 살아 있었으면 어떤 이론을 내놓았을지 궁금하고)나 샤츠 슈나이더(최장집 교수가 엄청나게 우려먹어서 국내에서 유명해진 교수) 등의 정치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샤츠 슈나이더 같은 경우 양당제를 하게 되면 온건 노선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온건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였죠. 그런데 어떤가요? 정반대로 양당의 헤게모니를 강경파가 쥐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국 민주당 당원들은 버니 샌더스를 패배시켜서 온건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닮은 이재명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죠. 민주당 지지층은 윤석열을 K-트럼프라고 하는데 K-트럼프는 이재명입니다.(이거도 쓰다가 임시저장해놓은 글이 있는데 마무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이거 이야기할려면 글이 너무 길어져서 ‘공천 때문’이라고 짧게 말씀드리고 그냥 마치겠습니다. 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