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순 여름휴가 때 겸사겸사 취재도 할 겸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 일대를 차로 한참이나 돌아 다녔다. 그러다 휴가 막판에 일이 터졌다. 10년 가까이 잔고장 한 번 없던 차가 갑자기 퍼진(?) 것이다. 하필이면 강원도까지 와서.
고성군의 어느 동네 어귀 정비업소에서 차량 상태를 확인했으나 수리 불가, 서울로 옮기라는 안내를 받았다. 수리비는 그렇다 치고 급하게 수배한 경기도 하남시 소재 정비업체까지 견인하는 데만 거금 40만원을 써야 했다. 보험사의 견인비 무료 혜택은 이동거리 10km까지만 적용된다.
서비스센터가 아닌 하남의 사설 정비업체를 택한 것은 수리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오래 전에 무상보증기간이 끝나 아무래도 센터는 부품비용도 비용이지만 공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역화폐 할인도 감안했다. 와인 사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주민이 아닌데도 발급받은 지역화폐 카드가 많은데, 하남 지역화폐 ‘하머니’도 그중 하나다. 수리비가 적은 돈이 아닌데 지역화폐로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면 하남까지 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리 정비업체에 문의해 하머니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터였다.
며칠 후 차를 고쳤다고 전화가 온 날, 집을 나서며 하머니 카드를 챙겼다. 그리고 가는 버스 안에서 충전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어라, 충전 가능 한도액이 20만원 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분명히 지난번 충전할 땐 한도액이 훨씬 컸는데. 20만원어치면 인센티브는 고작 2만원이다. 2만원 아끼자고 하남까지 차를 보냈나 생각하니 차가 섰을 때만큼이나 짜증이 났다. 미리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하남시는 지역화폐에 배분되는 예산을 일찌감치 줄여 현재 경기도에서도 가장 적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남들은 100만원, 70만원까지 충전해 10만원, 7만원씩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지만 하남시는 2만원이다. 정부도 지역화폐 효과가 적다며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 결국 다른 지자체들도 점차 줄여나갈 것이다.
세제혜택 금융상품이나 지역화폐나 소비자가 대하는 자세는 같다. 혜택은 줄어들고 낼 것은 많아진다. 그러니 줄 때 써야 한다.
9월의 첫날, 서울사랑상품권이 2차로 풀렸다. 1일과 2일에 걸쳐 자치구별로 시간대를 나눠 오픈되고 있다. 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도 구매 가능 한도액이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증액됐다.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인심을 감안,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쟁여 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얼마 전 잠실의 모 시장 내 같은 매장에서 물건을 사던 어느 청년에게 ‘5~10분만 할애해 앱 다운 받아 계좌 연결해서 결제하면 그 돈 10% 아낄 수 있어요’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느라 혼났다. 차 때문에 생돈 날린 휴가에서도, 속초 시장에서 반건조 생선 사는 데 플렉스 할 수 있었던 것도 온누리상품권 덕분이다. 동네에서 물건을 사든 미용실에 가든 코 앞의 이마트보다 지역화폐 되는 곳을 먼저 찾아다닌다.
정부와 지자체가 푼 돈은 어찌 됐든 지역의 중소 상공인들에게 흘러갈 것이다. ‘낙수효과’처럼 그럴 듯한 미사여구는 붙어 있지 않지만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정부가 말하는대로 정말 지역화폐의 효과가 미미한 것이 맞는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