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좀 해본 사람들을 이렇게들 말하죠. "해외주식이 답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은 실제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있기 떄문입니다.
기업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레벨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한국은 45개국 중 4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는 자본시장연구원). 필리핀보다도 아래입니다. 이런 현상, 한국 주식이 '할인'되고 있단 뜻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립니다.
과거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나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아직 안전한 나라가 아니니까 경제적으로도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들도, 한국인들도 북한의 미사일과 '그'의 존재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유발 요인으로 보진 않습니다. 미사일 날아온다고 겁먹는 한국인도,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외국인도 없습니다.
“난 억울해…". 사진=뉴시스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아마 주식을 갖고 있는 개미들이라면 공감할텐데요, 주주를 '개똥'으로 아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은 말하죠. 배당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주주 등쳐먹는 일만 하지 말아달라!
대표적으로 최근 핫했던 이슈들이 있죠. 우선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잘 만드는 회사로 유명했던 LG화학.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라는 유망 기업 기대감을 등에 업고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어느날 말했습니다. 그 배터리 사업 부문을 따로 떼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물적분할) 그 자회사를 상장시키겠다고. 이 때 '앙꼬빵에서 앙꼬를 빼간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배터리가 사라진 LG화학의 주가는 쭉쭉 빠졌고 주주들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작년 말에는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주식을 대거 매도해 주가가 떡락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임원들이 팔고 나오면 "끝물인가..?" 하는 생각에 주가가 떨어지는데, 상장한 지 6개월도 안된 회사 임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나오니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줬을 수밖에요.
이 밖에도 쥐꼬리 배당, 툭하면 횡령·배임, 주주 봉으로 아는 유상증자 등 개미들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정부에서 LG엔솔, 카카오페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겠다고 최근 대책도 내놨는데요, 외양간 고치기식 제도개선보다 중요한 건 기업들이 주주와 좀 더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주가에도, 배당에도 잘 반영된다면 투자자들도 단기차익을 노리는 불나방이 되지 않을테고, 그러면 보다 장기·안정적인 돈이 우리 기업들에게도 돌아갈테니 이는 윈윈입니다.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는 과연 얼마나 자본시장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지. "국내주식이 답이야"라는 말이 어서 나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