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요약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BNK투자증권에서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만들어놓은 빚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GJC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춘천시와 중도를 연결하는 교량 공사, 중도 기반시설 공사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GJC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2050억원을 빌렸다. 그리고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그런데 GJC가 자금난에 빠져 돈을 갚기 힘들어지자 강원도가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김진태는 이걸 갚지 않겠다며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태가 처음 터진 게 9월 28일인데 관련 기사는 딱 한 개였다. 연합뉴스는 9월 30일에 송고한 ‘강원도 2천억원 보증채무 미상환 ’비상'…채권시장 조마조마'라는 제목이었다. 이 기사는 내용이 길지 않지만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담았다. 이 기사가 나온 30일은 금요일이었다.
10월 3일 월요일이 되자 강원도에서 입장문을 내놨다. “회생 신청은 GJC가 지금까지 불투명한 경영과 비효율적인 방식의 토지매각으로 도민에게 많은 재정부담을 지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충분한 자산과 실력을 보유한 새로운 개발사업자를 찾아 하중도 관광지 개발사업을 정상화하려는 조치", "특히 이번 조치는 아무런 추가 노력 없이 도가 채무부담을 이행하는 것보다 2050억원에 대한 도의 예산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설명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상적인 국어 실력이라면… 10월 4일 연합뉴스는 나이스신용평가 멘트를 인용해 다시 한번 채권시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토마토레터는 이때까지의 상황을 정리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10월 5일자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타이틀로 레터를 발행했다. 그리고 이날 자금조달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은 부도처리됐고 신용등급은 D등급으로 강등됐다.
김진태와 이재명의 같은 점
채권시장에 벌어진 일은 이제 다 알고 있으니 설명을 생략한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여기서 2010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선언했던 모라토리엄을 보자. 이재명은 나꼼수 김용민을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성남시의 재정이 대한민국의 IMF 위기 때처럼 급박한 사태는 아니었지만, 비공식적인 빚을 그대로 두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시의 재정이 고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고심 끝에 내가 내놓은 방안은 '모라토리엄 선언'이었다. 즉 당장 갚아야 할 빚을 일시 유예하여 연차적으로 결제해나가겠다는 것. 그리고 이를 법적으로 공인받음으로써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부터 모면하고 보자는 고육지책의 전략이었다.”-김용민 저 <이재명은 합니다> p174
이재명은 본인 스스로 “급박한 사태는 아니었지만”이라면서 “빚을 그대로 두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의 재정이 고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시의 재정이 고갈된다고? 이명박보다 더 한 사기꾼이 아닌가 말이다. 성남시의 재정자립도가 우수한 지자체였다. 이재명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재명 측근이 쓴 <이재명의 싸움>이라는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1년에 1500억 원씩 갚아도 4년이 걸린다. 임기 4년 내내 욕을 바가지로 먹으며 빚만 갚게 생겼던 것이다. 성남시는 흑자구조인 지자체였지만 세입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국토부에서 판교회계 정산용역을 마무리할 것을 요구해왔다. 흑자 부도라는 말이 있듯이, 흑자라도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부도가 된다." -<이재명의 싸움> p169
적자도 아닌 흑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흑자부도 운운한다. 심지어 김진태보다 이재명 형편이 나았다. 그런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 충격은 실로 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전임 이대엽이 한나라당 출신이라서 환호하고 통쾌하게 여겼다. 빚더미 남겨놓은 이대엽, 무능한 한나라당을 만들기 안성맞춤이었다. 더구나 성남시청 청사를 호화롭게 지었다며 비판이 날아들었다.
김진태와 이재명의 모라토리엄과 회생신청은 두 가지가 정확하게 닯았다. 첫째, 전임자를 빚이나 남긴 시장과 도지사로 만들었다. 둘째, 자신은 재정을 아낄줄 아는 사람으로 포장하며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인냥 포장질을 했다는 점이다.
이재명과 친형 고 이재선씨의 불화가 시작된 사건
이재명은 친형인 고 이재선씨와 엄청난 불화를 겪었다.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둘은 서로 격려하며 나란히 변호사와 공인회계사가 되었고,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함께 했다. 그런 두 사람이 갈라지게 된 출발점이 바로 모라토리엄 선언이었다. 이재명이 2010년에 성남시장이 된 직후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자 고 이재선씨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선씨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임 시장이 잘못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행정가로서 합리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나서서 할 법한 일을 시장이 TV에 나와 하는 것은 성남시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000억원 때문에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서 그에 못지 않는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었다.
김진태가 사고를 친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제 우리가 집권하고 도정을 맡으면 결과가 나쁜 것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이재선씨와 똑같은 말을 했다.
이 일을 시작으로 형제는 골육상쟁으로 치달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장영하 변호사가 쓴 <굿바이 이재명>에 잘 실려있다.
이재명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발칵 뒤집힌 민주당
이건 이 글을 통해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다. 이재명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이재명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지자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사태였다. 국공채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이고, 국가와 지자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였다. 이런 사태를 민주당 지자체장이 일으켰으니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당으로 몰릴 여지가 컸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른 지자체장들이 혹시라도 이재명처럼 연쇄적으로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도 할까봐 전화를 걸어서 단도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하게 흘러서 이재명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결과였다. 당시는 리만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었고, 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는 재정적자로 국가가 부도가 날 지경이었다. 세계적인 금융국가로 발돋움했던 아일랜드도 작살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의 선언은 재정적자에 대처하는 올바른 행정가로 포장됐다. 몇몇 언론이 위기 상황을 알렸지만 극소수에 불과했고, 특히 진보라는 언론매체는 이재명을 추켜세우는 데 아주 열심이었다. 한국 언론의 참담할 정도의 무지함이 그대로 드러난 사태였다.
김진태와 달리 이재명의 모라토리엄은 왜 무사히 넘어갔을까?
김진태의 회생신청은 곧장 채권시장에 나비효과를 일으켜 대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재명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김진태는 실제로 갚아야 할 빚을 갚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곧바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재명은 당장 갚아야 할 빚도 아니고, 누가 갚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하지 않아도 되는 쇼를 했기 때문이다. 즉 이재명은 아무런 실체도 없는 위기를 위기인냥 포장질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기 때문에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5000억원이라는 부채는 그냥 하던대로 매년 갚아나가면 그만이었고, 채권자인 국토부에서도 딱히 독촉을 한 것도 아니다. 김진태는 당장 갚아야 할 2050억원을 당장 갚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난리가 났고…
이재명 본인도 모라토리엄이 쇼였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2015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치쇼였단 지적이 있는 건 안다. 하지만 재정감축과 구조조정을 하려면 시민들에게 성남시의 재정상황을 충격적인 방식으로라도 알려야 했다. 나더러 쇼했다고 하면 전혀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 덕에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재정감축에 동의해줬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이걸 잘 못해서 곳곳에서 저항에 부닥쳤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모라토리엄은 그야말로 쇼였고,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에 환호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김진태를 욕한다고? 당신들 양심은 잘 살아는 있고?
모라토리엄 선언의 나비효과
모라토리엄 선언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다른 곳에 있다. 이재명은 성남 구시가지의 제1공단을 공원화하겠다고 공약했다. 2011년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은 지방채를 발행해서 대장동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다. 시의회는 당연히 반대했다. 빚을 못갚겠다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마당에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이재명 당신 제 정신? 부결 땅땅땅 이렇게 된거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었다. 그러면 공약을 이행할 돈을 만들지 못한다. 2012년 4월 유동규 입을 통해 처음으로 ‘민관합동개발’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외형은 공공개발(성남도시개발공사가 하니까), 실질은 민간(화천대유)이 하는 모양새였다. 이재명은 대외적으로는 ‘공영개발’을 사수하는 듯이 포장질을 했고, 유동규는 이미 화천대유와 함께 민관공동개발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사는 ‘엇박자’;라고 나왔지만, 연출된 엇박자였다. 유동규가 석방된 이후부터 작심하고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던데 정말 할 말이 정말 많을 것이다. 2008년부터 있었던 일을 다 할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유동규 입을 통해 ‘민간참여’ 운을 띄운 이재명은 두 달 후인 2012년 6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직접 대장동과 제1공단 결합개발을 발표한다. 이재명이 “대장동 사업은 내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걸 갖고 하는 말이다.(아래 사진이 그날 발표하는 모습)
이어 2012년 7월 12일 성남시의회 의장에 새누리당 최윤길이 당선됐다. 새누리당에서는 다른 인물을 추천했는데 최윤길이 독자 출마했고, 이재명 소속당인 민주통합당의 지지로 의회 의장에 당선됐다. 이때 최윤길 회유작업을 한 사람이 바로 김만배다. 그리고 김용은 성남시의회 의원이었다. 최윤길이 이재명은 안만났을까? 당연히 만났겠지. 최윤길을 회유해야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고, 그래야 화쳔대유 끌어들여서 개발사업을 할 수 있으니 최윤길이 키맨이었다. 최윤길은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2012년 12월 이재명의 숙원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건을 통과시켜주었고, 새누리당에서 제명됐다. 최윤길은 2014년 성남시의원 임기를 마친 이후 이재명에 의해 성남시 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선임되고, 동시에 화쳔대유 일을 봐주며서 성과급 50억원을 약속받아 검찰에 구속됐다.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