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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유류분)을 상속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피상속인이 사망 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배분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게 유류분이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유류분 규정은 도입 47년 만에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보장한 민법 규정은 위헌 결정으로 즉각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 데 유류분을 부여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유류분 상실 사유 등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유류분은 일정 가족 관계를 근거로 예외 없이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가부장제 가치관이 팽배하던 시절 여성 등 가정 내 약자가 상속에서 일방적으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그간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고 가족 관계나 사회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자녀를 학대하거나 유기한 부모, 부모를 저버린 자식도 일정 비율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진 뒤 오래전 가출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헌재의 결정은 가족 관계 등 변화상을 반영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인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하면서도 유류분 제도 자체의 입법 목적은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유류분 제도의 틀은 유지하되 사회적 변화나 상식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은 고치도록 결정한 것이다.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유류분 청구 관련 소송은 수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류분 근거 사유 등을 둘러싼 분쟁과 혼란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맡게 됐다.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체적인 요건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관련 규정은 내년 말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신속하고도 면밀한 보완 입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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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형제·자매에 유산상속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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